걸으면서 이야기하면 걸음이 느려지나요? 낙상과 건망증을 함께 막는 '이중과제' 훈련

글 · 닥터대니 (기능의학·기능신경학) · 2026년 10월 1일

핵심 요약

나이가 들면서 걸음이 느려지는 것과 자꾸 깜빡하는 것은 따로 오는 문제가 아닙니다. 걷기와 생각을 함께 관리하는 뇌의 '실행기능'이 약해지면 두 가지가 같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걸으면서 머리를 쓸 때 걸음이 유독 많이 느려지는 사람은, 그냥 천천히 걷는 사람보다 나중에 인지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더 높다고 보고되었습니다. 그래서 걷기와 간단한 생각하기를 '동시에' 연습하는 이중과제 훈련이 낙상과 건망증 예방 양쪽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효과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걸으면서 이야기하면 왜 걸음이 느려질까요?

우리는 평소 걷기를 거의 의식하지 않습니다. 뇌가 걷기를 '자동'으로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걷기가 완전한 자동은 아닙니다. 발을 어디에 디딜지, 장애물을 어떻게 피할지 같은 판단을 앞이마 쪽 뇌(전두엽)의 실행기능이 계속 거들고 있습니다. 실행기능이란 계획을 세우고, 주의를 여러 곳에 나눠 쓰고, 급할 때 몸을 멈추게 하는 뇌의 관리자 역할을 말합니다.

나이가 들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이 관리자가 쓸 수 있는 여유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걸으면서 누가 말을 걸면, 남아 있던 뇌 자원을 대화에 빼앗기면서 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뇌신경 개관 문헌은 인지기능이 떨어질수록 걸으면서 다른 일을 함께 하는 능력이 가장 먼저 무너진다고 정리합니다(Handbook of Clinical Neurology, 2019). 걷기가 곧 뇌 상태를 들여다보는 창문이 되는 셈입니다.

'걸으면서 딴 일 하기'가 어려워지면 건망증·치매 위험이 높다는 게 사실인가요?

'걸으면서 머리를 쓸 때 걸음이 느려지는 정도'를 이중과제 비용(dual-task cost)이라고 부릅니다. 그냥 걸을 때 속도에서, 계산을 하며 걸을 때 속도가 몇 퍼센트나 떨어지는지를 본 값입니다.

캐나다 걷기·뇌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기억이 조금 떨어졌지만 아직 치매는 아닌 상태)를 가진 어르신 112명을 6년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숫자를 거꾸로 세며 걷기'에서 이중과제 비용이 큰 사람은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약 3.8배 높았습니다. 흥미롭게도 그냥 천천히 걷는 것 자체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신호가 아니었습니다(JAMA Neurology, 2017). 즉 걱정스럽게 봐야 할 것은 느린 걸음이 아니라, 머리를 쓸 때 유독 무너지는 걸음입니다. 12편의 장기 추적 연구를 모은 개관에서도 이중과제 걷기의 여러 지표가 이후의 인지 저하를 미리 알아보는 데 쓸모가 있었습니다(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2021).

이와 비슷한 개념이 운동인지위험증후군입니다. 걸음이 느려진 것과, 예전 같지 않게 자꾸 잊는다는 본인의 호소, 이 두 가지가 겹친 상태를 말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17개국 2만 6천여 명을 모은 연구에서 이 상태에 해당하는 사람은 약 10명 중 1명이었고, 이후 치매 위험이 약 1.9배였습니다(Neurology, 2014). 같은 연구 그룹의 최근 분석에서는 반복되는 낙상, 앉아만 있는 생활, 수면 문제 등이 이 상태와 관련이 있었습니다(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2024). 낙상과 인지가 서로 맞물려 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신호는 위험을 미리 알려줄 뿐, 곧 치매가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모두에게 같은 정도로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낙상과 건망증을 '동시에' 막을 수 있나요?

좋은 소식은, 걷기와 생각하기를 따로가 아니라 함께 훈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25년에 나온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은 지역사회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여러 무작위 대조시험을 모아, 이중과제 훈련이 걸음걸이와 균형, 실행기능을 개선하고 낙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Geriatric Nursing, 2025).

운동이 낙상을 줄인다는 근거는 인지기능이 떨어진 어르신에게도 이어집니다. 한 메타분석은 운동 기반 프로그램이 낙상 발생률을 약 30% 낮췄다고 보고하면서도, 연구들 사이 편차가 커서 근거의 확실성은 아직 높지 않다는 점을 함께 밝혔습니다(Age and Ageing, 2021). 인지 저하 예방 전반을 살핀 대규모 개관 역시, 운동과 두뇌 활동이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으나 근거의 질은 제한적이라고 정리했습니다(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0).

정리하면 이중과제 훈련은 '완치'나 '치매를 확실히 막는 방법'이 아니라, 낙상과 인지 양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안전하고 손쉬운 습관입니다.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집에서 '걸으면서 기억하기'는 어떻게 시작하나요?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 실제로 쓰인 과제들이 그대로 좋은 출발점입니다. 걸으면서 100에서 7씩 빼며 세기, 걸으면서 동물 이름을 최대한 많이 말하기, 걸으면서 끝말잇기 하기처럼 몸과 머리를 동시에 쓰는 것입니다. 이런 이중과제 검사는 스톱워치 하나로도 잴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고 보고되었습니다(Experimental Gerontology, 2020).

다만 안전이 먼저입니다. 걸으면서 딴 일을 하면 넘어질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 처음에는 벽이나 손잡이 가까이에서, 또는 가족과 함께 하세요.
  • 이미 자주 넘어지거나 어지럼이 있다면, 걸으면서 하지 말고 제자리에 서거나 의자에 앉아 발을 번갈아 구르며 시작하세요.
  • 무리해서 속도를 내지 말고, 짧게라도 매일 꾸준히 하세요.

간단한 자가 관찰법도 있습니다. 길을 걷다 누가 말을 걸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되는지 살펴보세요. 대화하려고 걸음을 멈춘다면, 뇌가 걷기와 생각을 동시에 감당할 여유가 줄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걸음이 갑자기 느려지거나 넘어지는 일이 잦아졌다면 원인이 다양하므로,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빠르게 고령화되는 한국에서 낙상은 어르신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흔한 사고 가운데 하나입니다. 걷기와 생각을 함께 챙기는 습관은 특별한 장비 없이 오늘부터 해볼 수 있습니다.

닥터대니 코멘트

기능신경학의 눈으로 보면, 걷기는 단순한 다리 운동이 아니라 뇌 전체가 함께 만들어내는 자동화된 기능입니다. 뇌에 여유가 있을 때만 걷기가 저절로 굴러가고, 여유가 줄면 걷기부터 티가 납니다. 그래서 저는 걷기를 뇌 건강을 들여다보는 창문처럼 봅니다.

재활에서는 걷기와 인지를 따로 훈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일상은 늘 둘이 함께 일어납니다. 장을 보며 값을 계산하고, 손주와 이야기하며 걷습니다. 그래서 훈련도 삶을 닮게, 몸과 머리를 함께 쓰는 쪽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강도가 아니라 꾸준함과 안전입니다. 어지럽거나 자주 넘어진다면 먼저 안전을 확보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이중과제 훈련인가요?
A.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것은 시선과 주의를 화면에 완전히 빼앗겨 넘어질 위험만 키웁니다. 훈련은 시선은 앞을 보되, 머릿속으로 계산하거나 단어를 떠올리는 '생각'을 더하는 것입니다.

Q. 하루에 얼마나, 며칠이나 해야 하나요?
A. 연구마다 방식이 달라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문헌들에서는 대체로 여러 주에 걸쳐 꾸준히 했을 때 균형과 실행기능이 나아졌습니다(Geriatric Nursing, 2025). 짧게라도 매일, 안전한 범위에서 꾸준히 하는 편이 좋습니다. 적정량과 효과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Q. 걸음이 이미 느려졌으면 늦은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느린 걸음은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이지, 결과가 정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신호를 일찍 알아차렸을 때가 습관을 바꾸기 좋은 때입니다. 다만 갑작스러운 변화라면 원인 확인을 위해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Q. 넘어질까 겁이 나요. 그래도 해도 되나요?
A. 겁이 난다면 걷지 말고 앉거나 선 자세에서 시작하세요. 의자에 앉아 발을 번갈아 구르며 숫자를 거꾸로 세는 것만으로도 몸과 머리를 함께 쓰는 연습이 됩니다. 벽·손잡이·가족의 도움을 활용하고, 자주 넘어진다면 전문가와 먼저 상담하세요.

이 콘텐츠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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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며 질병의 예방·치료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개인 상태에 따라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참고 출처

인용 문헌

  1. 지역사회 노인 대상 인지-운동 이중과제 훈련이 보행·균형·실행기능 개선 및 낙상 위험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 (Geriatr Nurs, 2025) (PMID 40410069)
  2. 경도인지장애 노인 112명 6년 추적 — 이중과제 보행 비용이 큰 사람은 치매 진행 위험 증가, 단일과제 느린 보행 자체는 비유의 (JAMA Neurol, 2017, Gait and Brain Study) (PMID 28505243)
  3. 이중과제 보행이 노인의 이후 인지장애를 예측하는 도구로서 유용하다는 전향연구 12편 체계적 문헌고찰 (Front Aging Neurosci, 2021) (PMID 35002676)
  4. 운동인지위험증후군(느린 보행 + 인지 호소) 17개국 26,802명 — 유병률 9.7%, 치매 위험 약 1.9배 (Neurology, 2014, Verghese 등) (PMID 25031288)
  5. 운동인지위험증후군의 위험요인 국가 간 메타분석 — 반복 낙상·좌식생활·수면·악력 등과 연관 (J Am Geriatr Soc, 2024) (PMID 38872608)
  6. 인지 저하 시 이중과제 보행 능력이 먼저 손상되며 보행 변화가 치매를 예측한다는 개관 (Handb Clin Neurol, 2019) (PMID 31753146)
  7. 인지장애 노인에서 운동 기반 프로그램이 낙상 발생률 약 30% 감소, 다만 근거 확실성은 낮음 (Age Ageing, 2021, 메타분석) (PMID 34120175)
  8. 후기 인지 저하 예방 관련 요인 체계적 문헌고찰 — 운동·인지훈련의 이점 근거는 제한적 (Ann Intern Med, 2010) (PMID 20547887)
  9. 이중과제 보행(거꾸로 세기·동물 이름 대기 등)의 이중과제 비용을 스톱워치로도 간단·신뢰성 있게 측정 가능 (Exp Gerontol, 2020) (PMID 33017671)